#0. 환율이 드디어 1080원선을 넘어서 1100원 선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아마츄어의 관점에서 몇가지 분석을 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똥꼬 아련한 예언도 덧붙일가 합니다.
#1. 얼마전에 정부에서 외환을 써가면서 환율을 방어한 적이 있었더랩니다. 그 덕에 1050원선까지 올라갔던 환율이 1000원선까지 다시 내려갔습니다...만, 한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다시 1080원선까지 치고 올라간 환율에 대해서 정부가 조용합니다.
그런데 정말 조용한 것일가요? 정부는 소리소문없이 계속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일일 환율 변동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장 개장과 동시에 확 치고 올라간 환율을 오전이 끝날때쯤에 잠시 내려가거나 보합세로 돌아섭니다. 하지만 시장이 마칠때쯤에는 다시 조금 올라가 있습니다.
표현이 좀 거시기하긴 한데, 지금 이 형국을 비유하자만, 개밥주는 사람과 개밥먹는 개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에 적응된 사람들이 정부가 돈을 풀어줄 때 쯤에 그 풀어준 돈을 받아 쳐 먹고는, 정부가 일일 환율 방어에 쓸 수 있는 돈의 한도를 가늠하여 다시 원래의 작전대로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환율이 잠시라도 안정기조에 돌아서면 다시 돈을 사들입니다. 물론, '손해'를 본 상태에서 말이지요.
#2. 훈련된 시장의 주체들과 멍청한 - 아니 이것 말고 달리 할 것이 없는 - 정부의 개입은 장기적인 환율 시장의 대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전 환율 방어때 정부가 가장 큰 욕을 먹은 것은 환율 개입 자체가 아니라 그 값어치 저렴한 주둥아리 때문입니다. 내가 환율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하고 들어온 정부의 돈은 환율 방어를 위한 머니가 아닌 투기자들의 호주머니 머니로 자연스럽게 변신하는 것이지요. 그것을 알고 있으니 정부의 입장에서는 대놓고 개입하기도 머쓱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도 우습고. 여튼 시장은 이렇게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정부의 모양새를 구기고 있습니다.
대세는 환율의 평가절하입니다. 어디까지 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여튼 1100원선은 가볍게 넘기고 어떤 균형추가 무너지면 급속하게 더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혹은 어떤 마지노 선이 형성될지도 모르지요. 여하튼간에 지금 이 선은 마지노선이 아님은 틀림없습니다. 시장은 영악하고 대한민국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MB 정부는 좃밥이니까요.
#3. 금리. 이것 참 무섭습니다. 정부는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형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원화의 평가절하 > 요동치는 물가 >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물론 수출은 늘 수 있겠지요. 대기업 후렌들리한 정부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서민들은 참 가슴 아픈 일이죠.
자. 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면 생계형 자금을 대출한 가계나, 운전자금을 대출한 중소기업들, 죽어나갑니다. 아마도 - 애석하지만 -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의 아버지 공장도 아마 넘어질 것 같고,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도 참 힘들어질 것입니다. 저처럼 운좋게 고정금리로 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겠지만, 그것도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담보 대출이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매물이 쏟아질지 모르고, 제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도 깡통이 되어 버릴 지 모릅니다. 애석한 일이지요.
하지만 금리의 인상은 금리의 인상만으로 그치지 않는 또 다른 쓰나미를 불러옵니다.
#4. 엔캐리. 간단하게 개념을 설명드리자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 정부에서 유지하고 있는 제로금리를 이용한 국제 투기 자본의 흐름을 말하는 용어입니다. 거의 제로금리에 가까운 일본의 돈을 빌려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외국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엔캐리 트레이드는 지금까지의 어떤 헤지펀드보다 훨신 더 헤지펀드답습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배후에서 위기를 가장 크게 조장한 것은 엔케리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 하나. TV에서 매일 매시 매분마다 광고를 때려대는 대부업체들의 상당 부분은 일본계입니다. 그들의 자금줄이 바로 엔케리 (일본의 정책자금이건, 일반 은행이나 각종 금고건 간에) 자금인 것입니다. 이미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는 엔케리는 한국의 경제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그 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뭐, 엔케리들 사이의 경쟁과 관점이란 것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엔케리를 하나의 묶음으로 봐도 좋을 겁니다. 어떤 묶음이냐구요? 바로 쓰나미라는 것이지요.
물론 엔케리만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외환이 부족한 입장에서 신용등급마저도 떨어지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의 수많은 종류의 헤지펀드 정도일 겁니다
#5.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말일까요? 귀결은 위기입니다. 지금의 형국은 물가도 잡지 못하고, 환율도 잡지 못하고, 금리도 잡지 못하고 투기 자본도 방어하지 못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소리를 하지만 개소리입니다. 투기 자본의 농락으로 생기는 기회는 돈을 가진 자들에게만 주어집니다. 어떤 재벌은 망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재벌은 돈을 벌것입니다. 하지만 서민들은 확실히 망하게 되죠. IMF때 경험한 사람들은 잘 알겁니다.
답답해서 써 본 글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개개인이 이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딱 하나 있다면 악착같이 현금을 모아 두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현금이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 역시 그다지 좋은 방법이 되지는 못하겠지요. |